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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왜 망중립성 논의가 시작되지 않을까

기사승인 2017.12.18  09: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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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하인드 뉴스] 통신 인프라 뛰어나 美와 달리 투자장려 필요 없어

[키뉴스 백연식 기자]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는 인터넷상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통신사가 데이터의 내용이나 양에 따라 데이터 속도나 망 이용료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망중립성(net neutrality) 원칙을 폐기했습니다.

사실 미국의 경우 망중립성 논의가 시작된 지 이미 10년을 넘었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견이 계속 대립돼 왔습니다. 공화당은 망중립성 폐지, 민주당은 망중립성 강화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인터뷰를 하는 형식으로 FCC에 분류체계 변경을 요청합니다. 그 후 2015년 7월, 미국 통신법 기준으로 ISP(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통신사)가 정보서비스에서 기간통신사업자(Common Carrier)로 바뀌게 됩니다. 현재 트럼프 정부의 FCC는 ISP의 분류체계를 다시 정보서비스로 환원시켜 망중립성을 폐기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망중립성에 대한 관련 법률이 없습니다. 또한 최근까지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적이 없습니다. 미국 FCC의 최근 결정에 대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아직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이용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 등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법제화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난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만든 망중립성에 대한 가이드 라인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가이드 라인은 법과 달리 강제성이 없습니다. 또한, 과기정통부나 방통위 역시 제로레이팅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망중립성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게임이나 동영상·쇼핑몰 등 콘텐트 사업자가 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자사 콘텐트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요금을 대신 내주는 제도를 제로레이팅이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 스폰서 요금제라고 불립니다

송재성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제로레이팅은 기술적으로 콘텐츠를 차별화하는 것이 아니다”며 “최근 유승희 의원이 망중립성에 대한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중 불합리한 차별 금지 조항의 경우 제로레이팅까지 포함될 수 있다. 제로레이팅의 경우 장단점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지난 12일 과기정통부 출입 기자 대상 스터디에서 언급한 적 있습니다.

망중립성과 제로레이팅은 원칙적으로 같이 진행될 수 없는 정책입니다. 제로레이팅이 활성화 될수록 망중립성은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망중립성에 대한 법률 제정은 물론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도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더버지

10년 넘게 논의된 미국의 망중립성 폐지 논의...한국은 왜 하지 않았나?

미국에서는 10년 넘게 진행돼온 망중립성 논의가 우리나라는 그동안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통신 서비스를 공공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통신 서비스는 공공의 서비스이고 차별은 당연히 부당한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통신 분야 한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의 통신 인프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망중립성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은 통신 속도가 느린 편이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트럼프 정부가 이를 장려하기 위해 통신사의 편을 들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올해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기조 연설에서, 무엇보다 자국 내 통신망 투자를 늘리기 위해 망중립성 폐기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오바마 정부의 경우는 CP(콘텐츠 제공자)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이용자가 늘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ISP가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오바마 정부 역시 망 투자를 늘리기 위해 망중립성을 강화했지만 현재 트럼프 정부와 제도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망 투자를 이유로 망중립성을 폐기한 것으로 봐서는 오바마 정부의 망중립성 원칙이 망 투자 유도 측면에서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망중립성이 폐지되면 통신사는 자신들의 통신망에 대해 독점적인 사용권을 가질 수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통신사의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통신 인프라가 필수적입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IoT 등 미래 산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5G를 준비하고 이를 투자하는 국내 통신사(ISP)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하지 않을까요?

2012년, 월 2만3000테라바이트(TB) 수준이던 국내 통신 트래픽은 2017년 1월 25만 테라바이트를 넘어섰습니다. 5년 만에 트래픽이 10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5G 시대가 오면 지금보다 트래픽은 수십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망중립성을 이유로 통신사만 이를 부담하는 것은 부당해 보입니다.

더욱이 정부는 선택약정할인 25% 상향, 취약계층 가계 통신비 감면, 보편 요금제 도입 등으로 이통사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낮추려 하고 있습니다. 통신사의 수익은 정부 개입을 통해 낮추면서 망 투자는 통신사만 하라는 정책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망중립성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백연식 기자 ybaek@ki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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